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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2일, 대한민국 금융권에 파업의 먹구름이 드리워졌습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이 임금 인상과 함께 ‘주 4.5일제’의 전면 도입을 요구하며 오는 26일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 속에서도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며 ‘나 홀로 호황’을 누린다는 비판을 받아온 은행원들의 파업 선언에 대해, 일반 국민들의 여론은 싸늘하기만 합니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노동 조건 개선을 위한 노조의 투쟁을 넘어, 금융 산업의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 그리고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총파업의 배경 - 주 4.5일제 요구
이번 파업을 둘러싼 가장 큰 쟁점은 바로 '억대 연봉'과 '주 4.5일제'라는 두 가지 키워드의 충돌입니다.
금융노조는 전 조합원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94.98%의 압도적인 찬성률로 쟁의행위를 가결했습니다.
핵심 요구안은 ▲임금 5% 인상 ▲주 4.5일제 전면 도입 ▲신규 채용 확대 ▲정년 연장 등입니다.
이중에서도 ‘임금 삭감 없는 근로시간 단축’을 의미하는 주 4.5일제는 금융권의 높은 소득과 맞물려 일반 국민들의 정서와 큰 괴리를 보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은행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대 시중은행 직원의 1인당 평균 근로소득은 1억 1,490만 원에 달했습니다. 이는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등 국내 주요 제조업체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올 상반기 국내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4조 9,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8.4% 증가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국민의 돈으로 막대한 이익을 얻은 은행이 ‘근무 시간 단축’까지 요구하는 것에 대해 비판 여론이 거세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다만, 금융노조는 2002년 주 5일제 도입 당시 금융권이 선도적 역할을 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금융산업이 먼저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저출생 해결을 위한 주 4.5일제 도입도 주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재명 정부가 주 4.5일제 도입을 공약으로 추진하고 내년도 예산안에 중소기업의 ‘주 4.5일제’ 시행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을 편성하면서 금융노조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요구가 다른 산업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며, 오히려 직종 간의 위화감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소비자들의 우려 - 영업시간 단축과 불만
은행원들의 파업 소식에 가장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바로 일반 금융 소비자들입니다. 이미 대다수 은행의 영업 시간이 오후 4시 30분까지로 단축되면서, 직장인들은 은행 업무를 보기 위해 반차를 쓰거나 점심시간을 활용해야 하는 불편함을 겪고 있습니다.
은행은 단순히 영리 기업이 아닌, 국민의 삶에 필수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적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할 때, 영업시간 단축은 국민들의 불편함을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금융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 금융사들의 개인 일탈 및 내부통제 실패로 인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여론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5대 금융지주가 올해 8월까지 받은 제재 건수는 지난해 총 제재 건수를 넘어설 것으로 확실시되며, 이는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 등과 맞물려 금융권에 대한 불신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습관성 파업'이라는 비판도 거셉니다. 지난해에도 출근 시간을 30분 늦춰달라며 총파업을 예고했다가 막판에 철회한 전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마무리: ‘노동 존중’과 ‘사회적 책임’ 사이에서
이번 금융노조의 파업 선언은 우리 사회에 다음과 같은 근본적인 질문들을 던지고 있습니다.
- 노동 존중과 사회적 책임의 경계: 금융노조의 요구는 노동자로서 당연한 권리 주장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높은 연봉과 안정적인 고용을 보장받는 금융 산업이 과연 국민의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근무 시간 단축을 요구하는 것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 근로자 간의 위화감 심화: 금융권의 주 4.5일제가 시행될 경우,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과 긴 노동 시간에 시달리는 다른 산업의 근로자들과의 위화감이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이는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 디지털 전환 시대의 역설: 금융권은 비대면 서비스의 확대로 영업점 수를 줄이고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근무 시간 단축은 오프라인 영업점에 의존하는 고령층이나 디지털 소외 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번 파업은 금융 산업의 미래와 공공성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촉발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금융노조가 쟁의행위를 가결한 만큼, 오는 26일 총파업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노란봉투법 후폭풍으로 시중은행이 "콜센터 해외이전 고민"도 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번 파업이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도 궁금합니다.
https://www.youtube.com/live/O9AVocemZaA?si=AtA3XqrWjonhbqhm
과연 금융노조는 국민들의 싸늘한 시선을 극복하고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할 수 있을지, 그리고 정부와 금융 당국은 이 사태를 어떻게 풀어갈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